여전히 읽고 있는,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역행자'.
오늘은 역행자의 지식 중 "기버 이론"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한다.
기버 이론이란?
책에 따르면 사람들의 주고받는 성향에 따라 그 분류를 아래와 같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 기버(Giver): 퍼주기만 하는 사람
- 테이커(Taker): 받기만 하는 사람
- 매처(Matcher): 딱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
기버 이론은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기버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자청님의 이론이다.
이론을 뒷받침하듯이 지금까지 자청님이 만난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기버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내가 가장 흥미를 느낀 점은 기버 이론의 "근거"이다.
그럼 이론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기버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 주장의 성립 조건은 다음과 같다.
"현명한 기버"일 것과 "기버 모드"가 될 것.
아래 첨부한 그림을 보면
분류된 성향에서 가장 부자인 것도 가장 가난한 것도 전부 기버이다.
그렇다면 부자인 기버와 가난한 기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매처 또는 테이커를 잘 구별해서 피할 능력 있는가?"라고 한다.
가난한 상태에 머무는 바보 같은 기버는 매처, 테이커를 구별하지 못해 그들에게 자신을 것을 그저 내주기만 하는 반면
성공을 거머쥐게 되는 현명한 기버는 이들을 잘 피하면서도 퍼줄 가치가 있는 다른 기버들에게 퍼준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버 모드'가 될 것을 언급했다.
여기서 기버 모드란 현명한 기버들끼리 만났을 때 발생하는 모드로
서로 남에게 절대 주고 싶지 않은 패를 꺼내서 주기 때문에 둘이 같이 급성장을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서로가 기버임을 알고 나의 것을 퍼주다 보면
기버인 상대방 역시도 자신을 것을 아낌없이 퍼준다.
이 상태를 상상해 보니 어이가 없었다.
기버이론이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두 명의 현명한 기버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둘은 상대방이 기버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상대에게 1을 주면 2가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또한 둘은 각자 기버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오던 대로 자신의 패를 거리낌 없이 퍼주게 된다.
그 결과 각자가 퍼준 것들이 쌓이면서 다시 각자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되고 오가는 자원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둘의 자산은 커져갈 것이다.
또한 그들의 시너지 또한 점점 커질 것이다.
상처뿐인 바보 같은 기버(Giver), 자의식 방어를 위해 매처(Matcher)가 되다
이제 기버 이론을 접한 후
되돌아본 나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에게 착하게 대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주셨고 사람들은 그런 착한 아이를 칭찬하며 좋아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사람들의 관심이 좋았다.
그래서 착한 아이가 되고자 노력했다.
친구에게 도움을 주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 것을 나누어 줄 때는 나름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성향은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이었다.
퍼주는 것 자체를 스스로 즐기는 것이 아닌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으니 그냥 행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것을 나누는 대상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고
퍼주는 행동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바보 같은 기버로 살아가며 성장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나의 기버 성향은 대학교를 거치면서 바뀌게 된다.
기버(Giver)에서 "매처(Matcher)"로 말이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당시, 같은 과 동기들과 요점 정리를 하는 방식의 스터디를 했었다.
하지만 말이 스터디지 시험 일주일 전 벼락치기에 가까웠다.
당시 고등학교 내내 억눌려 있던 자유를 만끽했던 동기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수업 내용에 대한 필기는커녕 전공 교재를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그와 별개로 매일같이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있던 나는 듣는 수업들에 대한 모든 자료와 필기를 꼼꼼히 해놓은 상태였다.
당시의 나는 별생각 없이 '너희들도 성적은 챙겨야지'라고 말하며 내가 필기하고 공부한 내용들을 전부 공유했었다.
어릴 때부터 주입된 기버 성향이 나왔던 것 같다.
그 결과 스터디에 참여한 동기들은 나름 만족스러운 중간평가 시험 결과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성적을 잘 받은 동기들은 성적을 받고 말로는 정말 고마워했지만
그중 몇 명은 여전히 수업을 불성실하게 듣거나 출석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봤고, 난 여전히 강의실과 도서관 자리를 지키며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 다가온 기말평가 기간.
스터디에 참여한 동기들 중 불성실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던 동기가 나에게 왔다.
"형 이번에도 스터디해 줄 수 있어요? 제가 공부한 게 없어서... ㅎㅎ"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평소 그 친구의 모습을 봐왔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그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주말까지 학교에 오고 지하철에서도 책을 펴던 내 노력을 생각이나 해본 걸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버 성향을 오랜 시간 주입받은 나였지만
내가 만든 자료를 공유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기말평가를 위한 스터디를 진행했지만 마음은 전처럼 보람차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내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에 대해 망설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퍼준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강하게 생겨났다.
그때부터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퍼준 후에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해준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계속 받기만을 요구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었다.
그때는 상처받지 않기 위한 나만의 인간관계 방식이었다.
어느새 나는 점점 철저하게 받은 만큼만 주는 "매처(Matcher)"가 되어 있었다.
현명한 기버(Giver)가 되자
기버 이론을 접하기 전까지
퍼주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나도 받은 만큼 주는 사람이 되자
즉, 매처로 살아가고자 다짐했었다.
이것이 어리석은 내가 생각했던 최선의 인간관계였다.
하지만 기버 이론에 대해서 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기버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 근거가 명확하다.
기버 성향을 가졌던 시절에 왜 어려움을 겪었는지까지 알게 된 지금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남은 평생을 현명한 기버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해 본다.
기버 이론을 실천한 것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가 있어 간단하게 추가해 본다.
책에 나온 대로 최근에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에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선물과 함께 감사함을 전했다.
낯부끄러운 내용의 메시지도 보냈기에 부끄러운 기본도 들지만 상쾌함이 더 크다.
그 사람은 나보다 더한 기버 성향을 가진 사람이기에 내가 가진 것들을 더 퍼주고 싶다.
앞으로 서로 기버모드가 될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